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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남자의 IT/컴퓨터

우리는 플랫폼에서 배운다

우리는 플랫폼에서 배운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다양한 IT 서비스를 살펴보자. 소셜네트

워크와 메신저부터 모바일 기기와 전자상거래에 이르기까지,

상당수가 플랫폼 기반 기술이다. 과거에는 주로 생활 기반 서비

스에서 플랫폼이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전문 분야에 플랫폼이

도입되고 있다. 특히 교육과 기술이 결합된 ‘에듀테크’ 분야에

플랫폼 구조가 많이 도입된다.




기술로 교육을 바꾼다

에듀테크(Edutech)란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

을 합성한 용어로, 기술로 교육을 혁신하려는 서비

스나 기업을 말한다. 아직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에듀테크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중이다.

영국에서는 1,000여 개의 에듀테크 기업이 활동할 만큼 지원

과 관심이 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스타트업의 나라답게 크

고 작은 투자가 에듀테크 기업에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구글 출신 직원이 2013년 설립한 대안 학교

알트스쿨은 1,10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자 중에는 페

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도 있다. 개인 맞춤형 학습 콘텐츠

를 제공하는 미국 스타트업 뉴튼은 1,260억 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영어・코딩 교육 쪽에서 에듀테크 기업이 성

장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에듀테크 기업에 투

자된 금액만 해도 900억 원 수준이다.



사실 에듀테크라는 기업은 과거에도 이미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전통적인 에듀테크 업체는 교육 어플 개발

사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특히 많아졌으며, 게임이나 어

플을 통해 지식을 전달한다. 실제로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교육’ 카테고리에 접속하면 수백 개의 교육 어플

을 볼 수 있다. 외국어 학습 서비스 분야에도 에듀테크 스타

트업이 많다. 여기에는 토익과 토플 준비부터 작문을 돕는 서

비스, 집단지성 번역 도구, 단어 암기와 회화 연습 서비스 등

이 있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에듀테크 서비스는 교육 업계의 문

제를 해결하고 혁신을 꿈꾸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에듀테

크 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개인 맞춤화 서비스다. 국

내 기업 중에서는 뤼이드라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어댑티

브 러닝(Adaptive Learning)’ 기반으로 맞춤형 토익 문제 서

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의 많은 수험생은 문제집을 구입해 많은 양의 문제

를 반복해 풀면서 문제 해결력을 높인다. 기존 문제집이 모든

학생에게 같은 문제를 제공한다면, 뤼이드는 학생마다 맞춤

형 문제집을 만들어준다. 이를테면 문제를 풀 때마다 ‘구글 애

널리틱스’ 같은 기술이 적용돼 패턴과 학습 내용을 분석하는

식이다. 과거 종이 문제집에서는 개인 데이터를 얻기 힘들었

지만 뤼이드는 모바일 기반 문제집을 제공해 학생들의 오답

노트 데이터와 머신러닝을 결합한다. 그리고 사용자마다 약

한 단원과 강한 단원을 분석해 맞춤형 문제집을 지원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많이 발전하지 못한 분야지만 해외에

서는 교육 및 행정 시스템 자동화 기술도 성장하고 있다. 교사

들은 언제나 숙제 검사와 시험지 채점 같은 업무를 접한다. 하

지만 교사 한 명이 학생 수십 명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학생에게 피드백을 주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에듀테크 기

업들은 이런 상황을 자동화 기술로 해결한다. 과거 교육기관

이 종이에 기록한 과정을 디지털 기기가 진행하는 셈이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해 교사는 어떤 학생이 어떤 숙제를

못 했는지, 어떤 단원을 이해 못 했는지 등을 그래프나 보고서

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모든 학생이 디지털 기기, 특히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을 때 활발하게 활용될

수 있다.




플랫폼을 통해 성장한 에듀테크 기업들

플랫폼은 많은 사용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큰 골격을 만들고,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일종의 장터 역할을 한다. 플랫

폼 기반 서비스는 다양한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

만 동시에 비즈니스 모델로서도 매력적이다.



에듀테크 업계에서 플랫폼을 잘 활용하는 곳은 단연 온

라인 강의 업계다. 온라인 강의는 오프라인 학원에 비해 수강

인원에 제한이 없고, 언제 어디서나 수강할 수 있다. 과거 인

터넷 강의는 강사가 일방적으로 영상을 찍고 강의 내용은 일

정 시간이 지나야 업데이트됐다. 만약에 온라인 강의 내용이

수강생들의 실시간 반응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이

런 아이디어로 출발한 온라인 강의 서비스가 플랫지다.

플랫지는 아프리카TV처럼 실시간 댓글과 온라인 강의

를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2년 설립된 이 기업은 주

로 프로그래밍・디자인・마케팅 관련 강의를 제작해서 미국 및

라틴 아메리카 지역 수강생에게 전달한다. 플랫지는 사용자

들에게 언제 강의가 진행될지 미리 시간표를 공지한다. 특정

시간에 접속한 학생들은 강사가 작성하는 프로그래밍 코드나

디자인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중간에 질문을 입력한다. 강사

는 해당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변하면서 강의를 진행한다. 수

강생끼리도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실시간 수업이 끝난

뒤에는 녹화된 강의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다.


가 따로 간섭하지 않는다. 에어비앤비가 숙박 시설 이용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듯, 유데미는 강사와 학생을 연결하는 플랫

폼 역할만 맡는다. 유데미가 직접 마케팅해서 판매한 부분만

일정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강사가 직접 홍보한 강의는 수익

100%를 강사가 가져갈 수 있다.



이러한 구조 덕에 현재 유데미에서 활동하는 강사는 2만

명이 넘는다. 유데미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사 10명이 벌어

들인 강의 매출은 약 361억 원이다. 유데미 CEO 데니스 양은

“누구나 강사로 지원할 수 있고 수업료를 공유하는 구조 덕에,

훌륭한 강사를 섭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강사를 영입하면서 유데미는 글로벌 진출도 가

속화할 수 있었다. 실제로 미국 사용자가 주를 이루는 기존

MOOC에 비해 유데미 수강생의 66%는 미국 외 다른 국가 학

생이다. 강사의 경우, 54%가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 지원하

고 있다. 인기 MOOC 중에서는 유일하게 한국 시장에 진출해

한국어 기반 강의도 활발히 제공하고 있다.



MOOC 분야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코세라 역

시 최근 플랫폼 사업으로 수익 구조를 확장하고 있다. 코세라

는 스탠포드 대학 컴퓨터과학과 교수인 다프네 콜러와 엔드

류 응이 2012년 설립한 기업이다. 코세라에서는 미시간 대

학, 존스홉킨스 대학, 와튼스쿨 등 다양한 대학의 강의를 무료

로 볼 수 있다. 2016년 12월 기준 누적 수강생은 2,300만 명,

강의는 1,800개가 넘는다.



플랫지 강의 방식은 기존 ‘온라인 공개 수업(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수료

율’을 끌어올렸다. 기존 MOOC는 미리 녹화된 강의를 한 번에

1~2시간씩 봐야 했고, 스스로 동기를 찾아 수업을 끝마쳐야 했

다. 그 때문에 기존 e-러닝 수업에서 모든 강의를 다 듣는 수강

생은 전체의 6~9%에 불과했다. 하지만 플랫지에서 제공하는

일부 수업은 80~90%의 수료율을 보인다. 2015년 한 보도에

따르면 플랫지는 한 달에 약 1억 원의 수익을 낼 만큼 꾸준히 성

장하고 있으며, 강의 등록자 수는 8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또 다른 플랫폼 기반 온라인 강의 업체로는 유데미가 있

다. 유데미의 주요 수강생은 직장이나 경력 개발을 원하는 전

문가들이다. 실제 강의도 프로그래밍, 마케팅, 비즈니스 등 실

무 관련 수업이 70%를 차지한다. 유데미 강의는 실습이 많고

다양한 사례를 알려주는 게 특징이다. 유데미 가입자 수는 이

미 1,100만 명이 넘고 강의는 4만 개 이상이다.



유데미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 중에는 ‘접근성’이 있다.

어디서든 누구든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유데미에 찾아와 원

하는 강의를 찾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그러한 전략은 강사 모집에도 반영된다. 일반적인 온라인 강

의 업체는 강사를 뽑을 때 내부에서 선별 기준을 잡고, 면접 등

을 통해 특정 강사에게만 강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하지

만 유데미에서는 ‘강사 지원하기’ 버튼만 누르면 누구나 바로

강의를 올릴 수 있다. 가격, 강의 주제, 강의 방식 등은 유데미

코세라는 2016년 8월, ‘코세라 포 비즈니스’라는 기업

용 교육 플랫폼을 출시해 기업에 필요한 강의와 영상을 별도

로 뽑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 담당자는 디

지털 마케팅, 데이터 과학, 리더십 등의 분야로 강의를 나눠

담당 직원들을 코세라 포 비지니스로 초대할 수 있다. 그리고

직원들이 실제로 강의에 등록했는지, 영상을 얼마나 시청했

는지 분석하고 관리할 수 있다. 기존 기업 계정과 연동해 쓸 수

있다는 점과, 모바일과 웹에 서비스를 최적화한 게 특징이다.

현재 BCG, 로레알, 엑시스뱅크가 코세라 포 비즈니스를 이용

하고 있다.



코세라 CEO 릭 레진은 “고용주들은 업계에서 필요한 기

술과 능력이 몇 달 만에 쓸모없어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면서 “코세라 포 비즈니스를 통해 전사(全社)적으로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고 기업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

명했다


.

SNS로 교육계를 연결하다

최근 한국에서 성장한 에듀테크 분야로는 교육용 SNS도 빼

놓을 수 없다. 교육용 SNS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과 비슷

한 서비스지만, 학교나 학급 단위로 그룹을 만들 수 있고, 학

부모와 학생, 교사를 연결하는 게 차별점이다. 그중 클래스팅

이라는 한국 서비스는 2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여

교육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클래스팅은 그동안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하지만 2016년 많은 사용자를 기

반으로 ‘러닝카드’라는 플랫폼을 출시하고 새로운 수익 모델

을 구축하는 중이다.



러닝카드는 크게 두 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먼저 학생

들에게 매일 정해진 양의 학습 콘텐츠를 제공한다. 학습지 업

체가 매일 정해진 양의 숙제를 전달하는 것과 비슷하다. 학생

들이 매일 받는 콘텐츠는 클래스팅이 직접 만든 것도 있지만,

대부분 전문 콘텐츠 업체와 개인 교사들의 자료다. 이것이 러

닝카드의 두 번째 기능이다. 러닝카드 안에는 학습 콘텐츠를

만들어 이를 사고팔 수 있는 장터가 있다. 앱스토어 내에서 누

구나 아이폰 어플을 개발해 판매할 수 있듯, 러닝카드 내에서

누구나 교육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확장한 셈이다.



코딩 교육 도구로 많이 알려진 엔트리도 교육 플랫폼 역

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엔트리는 어린이 코딩 교육을 위해 고

안된 일종의 프로그래밍 언어다. 특정 명령어 블록을 조합해

캐릭터를 움직이면서 프로그래밍의 기본 원리를 배울 수 있

다. 과거 엔트리 기술은 엔트리교육연구소라는 스타트업이

관리했지만 네이버에 인수된 이후 엔트리를 공공재 성격의

플랫폼으로 변경했다. 이러한 전략으로 엔트리는 더 많은 사

용자를 모으고, 코딩 교육을 교육계에 확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현재 엔트리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코

딩 교육 기업들도 엔트리를 지원하는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등 엔트리 기반 생태계가 넓어지는 중이다.


포커스 인

글 이지현 블로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