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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남자의 시선/지식인의 서재

한국의􀀅 자기주도􀀅 외교전략

평화중견국가􀀅 한국의􀀅 자기주도􀀅 외교전략


박근혜 정부는 2014년 7월 국방, 통일, 외교 분야 정책을 통합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희망의 새

시대, 국가안보전략』을 국가안보실 명의로 발간하였다.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통일, 외교, 안보분야

의 주요정책을 통합해 하나의 일관된 체계 하에 정리했다는 데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보고서의 발

간은 역대 정부를 통틀어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과 국가안보: 참여정부의 안보정책 구상』(국가안

전보장회의, 2004년 3월), 이명박 정부의 『성숙한 세계국가: 이명박 정부 외교안보의 비전과 전략』

(청와대, 2009년 3월)에 이은 세 번째에 해당된다.




이 보고서는 국가안보전략의 3대 기조로 △튼튼한 안보태세 구축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추진, △

신뢰외교 전개를 제시하였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튼튼한 안보태세를 구축하면

서도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노력을 담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신뢰외교

의 전개를 외교목표로 제시하고 있는 점도 원론적인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1

하지만 이번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급변하는 현 국제정세의 흐름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군사

적 위협요인의 변화라는 전환기적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외교

안보 목표를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만 초점을 맞춘 채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을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원자력 평화이용, 사이버 안보 및 우주공간 활용을 언급하면서도 한·미 협력에 국한시킴으로써 최근

국제안보동향이 보여주는 국익을 둘러싼 국가들 간의 합종연횡(合縱連橫) 움직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맞춰 국가안보전략을 재설계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이 처해 있는 대내외 안

보환경을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앞으로 어떤 국가를 지향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

한 그러한 지향점을 위해 걸맞은 역량은 무엇인지, 국제사회에서 비춰지는 한국의 대외 이미지는 어

떻게 바꿀 것인지 알아볼 것이다. 여기서는 한국의 중장기적 목표로서 ‘한국형 평화중견국가’를 제시

하고 기존의 외교 방향을 전환해야 할 필요성과 새로운 외교안보의 환경, 역대 정부의 대응, 그리고

평화중견국가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중국의 고전 『대학(大學)』에는 “물유본말 사유종시 지소선후 즉근도의(物有本末 事有終始 知所先

後 則近道矣)”라는 가르침이 있다. 이는 ‘모든 일을 할 때 끝을 바로 알아야 제대로 된 시작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모름지기 국가안보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여기

에 맞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다시 말해, 어떤 일을 해결하고자 할 때 먼저 최종목표(end state)로

가는 출구(exit)를 분명히 해 둬야 제대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현 시기 우리나라 국가안보전략의 목표를 ‘동아시아 3축 구도의 형성’과 ‘한반도

공존·상생의 달성’의 두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하나는 ‘동아시아 3축 구도’로서, 동아시아의 영

향권을 크게 중국, 일본과 더불어 한국이 셋으로 나눠 갖는다는 이른바 ‘삼분지계(三分之計)’이다. 다

른 하나는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관리하면서 남북한의 공존과 상생을 추구해 궁극적으로 평화통

일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안보전략의 목표를 실현하는 것과 관련하여, 『총·균·쇠』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

몬드는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로부터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을 찾아냈다.2 ‘안나 카레

니나의 법칙’이란 “우리는 흔히 성공에 대해 한 가지 요소만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설명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실제로 어떤 중요한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수많은 실패요인들을 피할 수 있어야 한

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글에서 제시한 국가안보전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Ⅱ. 새로운 외교안보환경과 한국외교의 대응

1. 국제안보환경의 변화

(1) 탈탈냉전기의 외교안보 환경

세계 2차 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국제질서의 가장 큰 특징은 진영 간 대립구도였다. 이러한 진

영구도는 1990년경 큰 변화를 맞이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소련 주도의 사회주의 진영이 해체되었다

는 사실이다. 물론 개별적 사회주의 국가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제국적 패권은 소멸했다고 볼 수 있

다. 또 하나의 특징은, 많은 사람들이 사회주의와 자유주의 진영 간 경쟁이 끝나면 평화가 올 것이라

고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역설적이게도 국가와 국가 간 갈등이 더욱 표면화된 점이다.3

냉전 시기에는 진영논리에 묶여 국가 간의 갈등이 오히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었다. 한국과

일본 간에 과거사나 독도 문제가 있었지만 한·일은 같은 진영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공동의 적은

러시아, 중국, 북한이었다. 그러므로 한·일 갈등은 최대한 억제되었다. 공산권 내에서도 마찬가지로

내부 갈등은 억제되었다. 그러던 것이 진영이 해체되자, 민족주의가 부상하고 소수민족이 독립했고



국가와 국가 간 갈등이 표면화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세계적 차원의 공조보다는 국익 우선

주의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미국 주도의 탈냉전기도 21세기에 들어와 점차 변화하고 있다. 이른바 경쟁적 다극질서인

탈·탈냉전(The Post-Post-Cold-War)의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현 국제질서가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의 등장 및 재등장으로 미국과 함께 다극화된 탈․탈냉전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한

다.4 냉전은 미․소 세력균형에 의한 양극체제, 탈냉전은 유일초강대국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이며, 현

국제질서는 다자간 세력균형에 따른 다극화시대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첫 번째로, 세계적 차원으로는 미국의 군사적 단극체제가 지역차원에서 도전을 받고 있고, 경제적으

로는 다극체제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냉전이 끝난 이후 미국의 군사적 유일패권이 지속

적으로 확대되는가 했으나,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부활로 동아시아와 동유럽에서 미국의 군사패권

이 도전 받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미국을 추격하는 ‘나머지 국가들(the rest)’이 부상하기 시작했다.5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의 신흥경제국들인 브릭스(BRICs) 국가들이 빠르게 경제성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2010년 2․4분기에는 지금까지 세계 2위였던

일본의 경제대국 자리를 꿰차기에 이르렀다. 최근 들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조정국면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막대한 환율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번째 세계적으로 위협이 되고 있는 환경 변화는 바로 ‘테러와의 전쟁’이다. 이러한 표현은 미국

중심의 시각이라서 우리에게 딱 맞지는 않는다. 미국과 소련의 양극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국가 간

전쟁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국제적인 테러와 비정규전의 가능성은 고조되고 있다. 이

러한 21세기형 안전보장 환경의 출발점은 미국에서 일어난 9․11 테러였다.



이와 관련한 주요 움직임으로는 테러분자나 국제 범죄조직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테러 공격을 감행

하고 있다. 그래서 국제분쟁이나 대규모 테러로 해상교통로가 차단될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 테러집

단이 국가적 형태를 취하면서 대규모 국제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사례가 이슬람국가(IS)사태이다. IS는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를 점령하여 대량학살을 자행함으로써 대규모 난민을 발생시켰다. 이처럼 전통

적으로는 국가 간 전쟁 위협이 있었다면 지금은 비국가조직, 테러분자나 국제범죄 집단 등의 위협으

로부터 안전보장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유럽을 혼란으로 몰아넣은 시리아 등 중동난민이 대규모

로 발생했고, 화산폭발, 지진, 지진해일(tsunami) 등의 대규모 재해가 끊임없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해외에서의 소요나 분쟁, 내란이 일어났을 때 재외국민의 안전문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들이 새로운 안보의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 것이다. 지난 리비아 사태 때 는 우리 정부가 함정 등

을 파견해서 우리 교민을 철수시키기도 했다. 과거에는 군의 역할이 전쟁 위주라고 한다면 지금은 재

난에 대한 구호 활동이나, 재외국민 수송 임무등까지 맡고 있다. 또 중요한 자원․에너지․식량 등을 안

전하게 공급하는 것도 안보 대상이 된다.


그밖에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국가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실패국가가 증가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잘사는 국가로 부(富)가 더 몰리게 되고 기존의 미국이나 소련의 원조를 받을 수 없게 된 약소

국가들은 제대로 된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면서 실패국가(failed state)로 전락하게 되었다. 아프리카

대륙의 소말리아 등의 국가 인근 해역에서 해적이 출몰하는 이유도 이와 상관이 있다. 실패국가가

되면서 청년들의 일자리가 없어 먹고사는 문제를 전혀 해결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해적질을 나서

게 된 것이다.



세 번째로, 세계적으로 위협이 되고 있는 환경 변화로서 기존의 핵질서가 이완된 반면, 수직적․수

평적으로 핵이 확산되고 있는 ‘제2차 핵시대(the 2nd Nuclear Age)’를 맞이한 점을 들 수 있다. 시

간이 지나면서 기존의 NPT 체제 이외의 국가들에서 핵을 보유하는 사례가 증가하였다. 인도와 파키

스탄, 이스라엘,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란도 핵을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NPT 체제 밖의

나라들로 핵이 확산되는 수평적 핵확산이 이루어졌다.

한편 미국이나 러시아 등의 국가는 핵의 전체적인 규모는 군축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기존에는 보

유만 했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무기였던 핵을 소형화하여 ‘사용할 수 있는 무기’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존의 NPT 체제 내의 국가의 핵 소형화하는 수직적 핵확산이

계속되고 있다.

(2) 탈·탈냉전시기 동북아 외교안보 환경

탈·탈냉전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은 ‘지정학의 부활’이다. 최근 국제정세는 국가 간 양극화와 미국

의 금융위기에 이은 서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 등 부작용의 심화로 세계화의 진행이 속도를 늦춰진

가운데,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섬)를 둘러싼 중·일 대립과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역사의

귀환’, ‘지정학의 부활’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냉전이

끝나면 자유주의 제도가 확산되고 초국가적 협력이 확대될 것이라는 믿음과 달리, ‘지정학의 부활’이

라는 현상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6

중국은 미국에 대해 신형대국관계를 제시하고 신아시아안보 개념에 기초해 미국 주도의 기존 아시

아태평양 안보질서를 바꾸어 보겠다는 구상을 노골화하고, 미국도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통해 전략

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본도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걸며 이른바 ‘평화법제’를 제정하여 집단적 자

위권 행사를 합법화하고 재무장 행보를 서두르고 있으며, 북한도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고자

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동아시아의 질서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갈등과 협력이라는 상반된 경향

이 공존하고 있다. 우선, 갈등 요소로는 북한이 농축우라늄프로그램을 공개하는 등 핵무기를 개발하

고 있고 대만과 중국의 양안 군사갈등도 상존하고 있다. 중·일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섬) 분쟁

을 비롯해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해양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반해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협력 움직임으로는 북한과 중국, 또 남한과 북한 및 러시아의 국경

을 넘은 경제협력의 길이 열려있다. 양안갈등과 더불어 중국-대만관계에서는 경제협력강화협정

(ECFA)이 2010년에 체결되어 양국의 경제협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이 FTA협상을

타결지은 데 이어 2015년 말에 발효시켰다. 또한 한·중·일 3국은 협력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동

아시아 지역에서 갈등요인과 협력요인이 공존하는 가운데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아시아 복귀 사이에

도 협력과 대립의 양 측면이 존재한다.

미국과 중국은 미국의 단극체제와 G7를 대체하는 G2를 형성하며, 세계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있다. 즉, 양대 강대국으로서 세력우위를 점하려는 대립적 요소도 있지만 자국의 이익은 물

론, 강대국으로서 세계 여러 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전략적 협력이 필요한 것이다. 기존

미․소 양극체제가 동아시아에서도 그대로 투영되던 냉전구도는 해체된 것이 명확하다. 러시아는 이전

의 제국적 패권을 상실했고, 그 대신 중국이 경제적으로 동아시아의 지역패권을 대신해 오고 있다. 또

한 기존 패권국인 미국과 대립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도 한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미국․소련 간 관계

와는 차이가 있다.



한반도 문제 또한 한국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및 동아시아 차원과 연계되어 있다. 탈냉전

이후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인한 국가 간의 전쟁 가능성은 크게 감소했지만, 한반도에는 전통적인 냉

전의 요소들이 잔존해 있다. 전통적인 한반도 문제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단과 전쟁이다. 이와 관련

해 평화체제 문제가 있다. 여기서 파생된 문제로는 북한의 핵보유 시도와 이와 관련한 6자회담 재개

를 둘러싼 문제가 있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 5개국은 북한에게 핵개발 포기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남중국해의 해상영토를 둘러싸고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등이 분쟁을 겪고 있다. 또한 한반도 주변

의 중국과 대만 사이에 있는 양안 문제도 일시 봉합된 상태일 뿐이다. 중국과 일본, 한국 사이에 역내

군비증강을 통제하는 문제도 작지 않다. 최근 스웨덴 평화군축연구소(SIPRI)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의 국방력은 매년 15% 정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이 최대의 무기수입국, 군비증강국으로 떠오르고 있

다. 예전까지만 해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제2의 무기수입국이었으나 그 자리를 한국이 차지할 정도로

군비증강 속도가 빠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