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요남자의 시선/지식인의 서재

판타지의 그늘

최저임금은 이미 높아요!

젊은이 중에 불만세력이 많아서 그래요.

평양에서 온 간첩들 때문이에요

2017년부터 최저임금 시급이 6,470원으로 올라 걱정

이라는 고용부 장관의 보고에, 국무총리 역할을 맡은

개그맨 유민상씨가 이런 대사를 쳤습니다. 그러자 대통

령을 맡은 서태훈씨가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총리도 간

첩이 아니냐?’고 일침을 가한 뒤 단호하게 선언합니다.

“앞으로 국무총리님 월급은 최저임금으로 계산하도

록 하겠습니다”




최저임금이 이미 충분하다고 주장하던 총리는 

자신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겠다고 하자 울상을 짓고,

방청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옵니다. 

새 코너 ‘대통형’은 첫 회부터 개그콘서트 코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촛불과 탄핵정국에 경쾌한 돌직구를 던지며, 

시사풍자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분석

기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 시간 최저임금은 프랑스가 9.5유로, 독일

이 8.5유로로 1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미국 캘리

포니아주와 뉴욕주는 5년 안에 시간당 최저임금

을 15$로 올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은 경제학의 논리에

따른 것입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노벨 경제

학상을 수상한 7명을 포함한 미국 경제학자 75명

‘임금을 올린다고 일자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고 주장했습니다. 오히려 ‘저임금 노동자들이 임

금 상승분을 소비하면서, 약간의 경제 부양 효과

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30만원 짜리 셋집에 사는 사람 본 적 있어?”

“하루 30만원?”


“아니, 한 달..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거 보면, 

파리 막 날아다니고 불쌍한 애들 나올 때 꼭 배경으로 나

오는 그런 데 있잖아”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가난한 길라임의 집을 다녀온 백화점 사장 현빈이 

한류스타인 윤상현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시크릿 가든’은 재벌급 남성과 가난한 여성의 영혼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판타지 드라

마로 분류됩니다. 

대중예술평론가 이영미 교수는 

‘계층상승의 욕망을 담은 신데렐라 스토리가 현실이 아니

라 판타지로 넘어간 것은 계층상승의 

사다리가 끊어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옥탑방 왕세자’ ‘청담동 앨리스’ 같은 드라마도 

모두 판타지로 도피한 신데렐라의 이야기라고 덧붙입니다.

실제로 최근 통계청이 펴낸 ‘한국의 사회동향

 2016’의 여론조사 결과는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줍니다. 


‘일생 동안 노력을 통해 개인의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1994년에는 60%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21년 뒤인 2015년에는 ‘그렇다’는 응답은 21.8%인 반면,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인

답변이 62.2%로 크게 늘었습니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는 답변이 1994년에는 5.3%여서, 계층상승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21년 만에 12배 가까이 확산된 것입니다. 


그러니 현실에서는 만날 가능성조차 없는 재

벌급 남성과 가난한 신데렐라의 사랑 얘기는,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판타지 드라마로 갈아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74년의 역사를 지닌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영화 ‘설국열차’를 슬쩍 인용하며 

소득불평등의 심각성을 주장했습니다. ‘열차 객실 한 개에 모두 앉을 수 있는 세계 최고 부자 85명이, 세계 인구의 절반인 35억 명의 재산

에 해당하는 부를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 ‘소수 부유층의 사교장’이라는 비판을 받는 다보스포럼(WEF)도 ‘

소득 불평등이 세계경제에 중

Life in Insurance 세상을 보는 시선 안’s eye 판타지(Fantasy)의 그늘 96

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다보스

포럼은 보고서에서, 2010년대에 성인이 된 젊은이들이

청년 실업으로 고질적 빈곤에 빠져 ‘상실 세대’로서 사회

불안과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실업청

년층이 주도한 아랍의 봄이나 브라질의 사례가 ‘불평등

문제를 사람들이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논리와 다보스포럼의 불

평등 해결 촉구 등으로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불평등 완

화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트市는

최고경영자(CEO)의 임금이 직원평균의 100배가 넘는 기

업에게 영업허가세 10%를 더 내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

습니다. 250배가 넘으면 25%의 세금이 추가로 부과됩니다.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지나치게 높은 연봉을 주는 기업에게 

‘부유세’를 내도록 한 것이 헌법의 정신에 맞다고 결정했습니다. 

직원에게 100만유로(약 12억 3천만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하는 기업은, 

100만 유로 이상의 구간에서 75%의 부유세를 내고 있습니다. 

다만 부유세의 총액은 매출의 5% 이하입니다. 


일본 정부는중소기업 종업원의 임금 인상분을, 

거래하는 대기업이 일부 부담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대기업이 하청기업에 어음이 아닌 현금을 지급하라’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독일에서는 대학등록금 때문에 젊은이들이 빚을 지는 일이 사라졌습니다. 

독일 모든 지역에서 대학등록금이 완전 폐지됐습니다.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침몰 직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임시직 근로자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 참사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고 직후 체포된 청해진해운 선원 15명 중 9명이 임시직이었고, 

국의 임시직 비율은 OECD 평균의 약 2배인 24%에 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운사 입장에서는 임시직에게 안전교육을 시킬 동기가 부족했고, 실제로 2013년 직원 안전교육에 쓰인 돈은 54만원에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제도적 부패(systemic corruption)’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도적 부패 이론’에 따르면, 지금의 혼란은 사회의 균형을 되찾는 좋은 계

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철저한 조사로 지도자의 책임을 밝혀낸다면, 고착화된 부패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선진국들이 잇따라 내놓는 불평등 완화 정책들이 부럽기는 하지만, 부패의 근원을 제대로추방해야 판타지가 아닌 현실에서 

신데렐라 스토리를 다시 접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월간생명보험 안형준MBC

'요남자의 시선 > 지식인의 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사성어로 배우는 명언 4  (0) 2017.01.21
금융 경제 보고서 작성법  (0) 2017.01.14
고사성어로 배우는 명언 2  (0) 2017.01.13
인생의 발견  (0) 2017.01.11
고사성어로 배우는 명언 1  (0) 2017.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