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로봇 시장과 가정용 로봇
로봇 시장이 전면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1) 산업용 로봇의 경우 더 사용하기 쉽고 더 유연하면서도 가격은 더욱 저렴한 로봇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 오피스나 매장에서 이용하는 서비스용 로봇의 경우 과거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었으나 최근 미국, 유럽,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은행, 호텔, 마트 등 비즈니스 공간에 로봇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3) 가정용 로봇의 경우 지금까지 제한된 기능의 로봇 청소기 정도가 활용되 었으나, 최근 들어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를 비롯해 새로운 형태의 가정용 로봇들이 출시됐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에 따라 로봇 스타트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CB Insights)는 산업용, 서비스용, 가정용 등으로 카테고리를 구분하여 주목할만한 로봇 스타트업 80여 개를 선정했다. 최근 들어 벤처캐피털의 로봇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또한 증가하고 있으며, 로봇 스타트업의 인수합병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로봇 이용의 윤리적인 측면을 연구하는 비영리기관 ORi(Open Roboethics initiative)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은 가정용 로봇을 구매하려는 이유로 가사일 보조, 홈 보안, 아이들을 위한 교육 도구, 가족의 동반자, 반려동물의 대체, 멋진 장난감 등을 꼽았다.2 이 같은 내용을 통해 사람들이 로봇을 가전과 유사하게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구성원의 일부로 받아 들을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에 본 원고에서는 가정용 로봇을 중심으로 주목할만한 몇몇 로봇 스타트업들의 동향 을 살펴보고, 가정용 로봇이 대중화되기 위한 요건과 시사하는 바를 정리해본다.
II. 주목할만한 가정용 로봇 사례
올해 거액을 투자 받아 화제가 된 로봇 스타트업 중 하나는 유비텍(UBTECH)이다. 중국 선전에 위치한 유비텍은 2012년에 설립된 업체로 휴머노이드 로봇 알파(Alpha) 시리즈와 교육용 로봇 키트인 지무로봇(Jimu Robot) 시리즈를 판매하고 있다. 유비텍은 주로 아이들을 위한 놀이 및 교육용 로봇을 만들고 있다. 유비텍 로봇의 특징은 사용자 가 직접 프로그래밍을 해서 원하는 동작을 수행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용자가 만든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이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무로봇은 사용자가 로봇을 직접 조립하여 만들 수 있고, 제공되는 앱을 통해 미리 만들어진 액션을 수행시키거나 또는 오픈소스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전 세계의 지무 커뮤니티 사용자들과 프로그램을 공유할 수 있다. 유비텍은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 받아 총 1억 2,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2016년 10월말 기준).
필로(Pillo)는 가족의 건강 관리에 특화된, 홈 헬스 로봇이다. 필로는 가족구성원들의 음성과 얼굴을 식별해 해당 사용자에 맞는 투약시간에 약물 또는 비타민을 제공하고 약을 먹었는지 확인하는 등의 투약 관리를 한다. 또한 건강과 관련된 각종 질문에 응답하고 필요하면 전문가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필로는 로봇 내부의 안전한 공간에 약을 보관하고 있다가 사용자에게 약을 공급하는데, 약이 떨어지기 전에 자동으로 재주문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또한 필로는 가족의 건강과 관련해 ‘플랫폼’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필로를 기반으로 다양한 헬스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연동을 할 수 있다. 필로의 출시 일자는 2017년 7월로 예정되어 있는 상태다.
빨래는 세탁기가 하는 것처럼 앞으로 요리는 로봇 셰프가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몰리 (Moley)는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로봇 셰프 중 하나다. 몰리는 영국의 마스터셰프 우승자인 팀 앤더슨(Tim Anderson)의 동작을 기반으로 각종 요리 방법을 학습한 로봇 이다. 몰리는 20개의 모터, 24개의 관절, 129개의 센서, 2개의 로봇 팔을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몰리는 현재 시더스(Seedrs)에서 지분 투자 형태로 크라우드펀딩 을 진행 중이다(2016년 10월말 기준).5
요리는 가사 일 중에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몰리와 같은 로봇 셰프를 통해 주부가 요리에서 해방될 수 있고, 또한 유명 셰프가 요리한 수준의 음식을 집에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요리는 빨래 같은 단순 노동과는 달리 ‘가족을 위해 정성껏 음식을 만든다’는 정서적인 의미가 있는데다, 초기의 로봇 셰프는 비싼 비용으로 인해 빠르게 대중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몰리는 2017년 4분기까지 개발 및 제품 출시 준비를 마치는 것으로 예정돼있다.
지난 원고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 지보(Jibo)는 세계 최초의 가정용 소셜 로봇을 표방한 제품이다. MIT 교수이자 소셜 로봇의 선구자인 신시아 브리질(Cynthia Breazeal) 박사가 만든 지보는 여러 곳에서 투자를 받고 인디고고(Indiegogo)에서 약 370만 달러의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해 큰 화제가 된 바 있다.7 원래 지보는 2015년 가을에 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출시가 지연됐고, 많은 사람들이 2016년 상반기에는 지보가 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으나 또다시 출시가 지연돼 큰 실망을 안겼다.
또한 지보는 원래 전 세계 여러 지역에 출시를 약속하고 주문을 받았으나, 2016년 8월 이 되어서야 북미 지역 외에는 제품을 배송하지 않겠다고 밝혀 다시금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더욱이 출시가 계속 지연되면서 선주문한 사람들에게는 2016년 내에 완벽 하지 않은 모델(Pre-launch version)이라도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이도 지키지 못 한다고 밝혀 선주문한 고객들의 원망이 커지고 있다.
제품 출시가 취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보의 출시가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초기에 개발자가 의도한 만큼의 ‘사용성’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보측은 와이파이 충돌, 사람과의 대화 시 반응속도 지연, 오류 교정 등 여러 문제를 해결 중이 라고 밝혔다.
또한 지보를 북미 지역에만 배송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서버와의 통신 지연 문제 때문 이다. 계속 사람과 대화하며 작업을 수행하는 지보의 특성상 서버가 해외에 있을 경우 통신 지연으로 인해 사용성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지보측은 앞으로 각각의 국가에 별도의 서버를 마련한 후에 해당 지역에 제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사유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내용을 일찍 파악하지 못 하고 출시를 몇 번이나 미룬 2016년 8월에 와서야 밝혔다는 점이다. 지보는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꽤 잃은 상태이지만, 아직 성공 또는 실패의 결론이 난 것은 아니므로 실제 제품 출시를 좀 더 기다려본 후에 판단을 해야 할 거 같다.
이 같은 지보의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교훈은 가정용 로봇의 개발 및 대중화와 관련된 수많은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낭만적인 생각이나 판타지를 가져서는 곤란하며, 산적한 문제들을 모두 극복한 기업만이 달콤한 과실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게이트박스(Gatebox)는 일본의 스타트업 윈크루(vinclu)가 홀로그램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만든 ‘홀로그램 커뮤니케이션 로봇’이다. 게이트박스는 소프트뱅크의 페퍼처럼 보행하거나 움직이는 기능은 없지만, 대신 사용자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통해 마치 반려 자처럼 공동 생활을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게이트박스는 첫 번째 캐릭터로 아즈마 히카리(Azuma Hikari)라는 소녀 캐릭터를 공개했는데, 추후 다양한 캐릭터들을 추가해 사용자가 선호하는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게이트박스는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반응을 보인다. 게이트박스는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거나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기도 한다. 게이트박스를 통해 가전을 제어하는 등의 스마트홈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으며, 향후에는 배달음식을 주문하거나 택시를 부르는 등 O2O 서비스와도 연계될 것으로 전망된다.
III. 가정용 로봇의 미래와 시사점
앞으로의 가정용 로봇은 기본적으로 각각의 가족구성원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사람들이 자연어 기반의 대화를 통해 편하게 명령을 내리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스마트홈에 서 가장 중요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서는 스마트홈의 ‘지휘본부(command center)’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사용자의 명령을 받아 수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로봇이 알아서 사용자의 생활 패턴 을 파악해 자동으로 각종 가전, 전등, 냉난방 장치, 보안 장치 등 가정 내의 모든 전자 기계장치들을 제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음악, 영화, TV프로그램, 게임 등의 다운로드 등 콘텐츠를 관리하고 재생하는 것도 로봇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가정용 로봇의 대중적 확산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용도에 맞는 킬러앱(Killer App)의 발굴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출시될 가정용 로봇은 대략 1~2 백만원 내외의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 호기심으로 구매하기에는 부담스 러운 가격이다. 조금 재미있고 조금 가치 있는 수준으로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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