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의 진실
우리나라도 이제 장기적인 저금리 시대로 돌입했다. 저성장·저금리가 이어짐에 따라 주식투
자는 불안하고 은행 예·적금은 이자율이 너무 낮아 장기적으로 목돈을 마련하기가 더욱 어
려워졌다. 그렇다면 장기투자에 최적 상품으로 변액보험은 어떨까. 변액보험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자.
월급쟁이들 울리는 초(超)저금리
초저금리의 장기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7%~8% 선으로 높아서
은행에 착실하게 돈을 넣어두기만 해도 복리로 예금이 불어나 알토란같은 목돈을 만질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돌이켜
보면 꾸준히 저축하는 것 외에는 아무 재주가 없는 월급쟁이들에게는 참 행복한 시절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 후반부터
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3%대로 급락하더니 2015년에는 급기야 2%대로 하락했고 2017년 3월 현재 은행
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1%대에 그치고 있다.
금리가 이처럼 지속해서 하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리는 돈의 ‘가격’이며 ‘기회비용’이기 때문에 경기나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경제성장 동력이 하락하고 경기가 나빠지면 돈을 빌려서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려는 동
기나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금리 하락의 장기화가 경기불황의 장기화와 비슷한 의미로
쓰이는 이유다. 일본에서 과거 20여 년 이상 실질금리가 제로 상태가 되고 최근에는 급기야 마이너스금리 상태까지 가게
된 것은 일본경제가 L자형 경기불황을 겪어왔기 때문인데 이 불황의 트랙을 한국경제가 뒤따라가고 있다.
글로벌 생산과잉으로 우량기업들은 돈을 빌려 투자를 하지 않는다. 정작 급하게 돈이 필요한 기업이나 가계대출자는 갚
을 능력이 문제가 되어 돈을 빌릴 수가 없는 반면, 시중에는 잉여자금과 과잉유동성이 넘치다 보니 금리가 자꾸 떨어지
는 것이다. 부동자금이 잠깐씩 머무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이 시중은행의 수시 입출금식 예금인 MMDA다. 고객이 언제든
아무 불이익 없이 빼낼 수 있어 현금과 유사한 유동성을 지니기 때문에 통화성예금 혹은 요구불예금으로 흔히 불리는
MMDA는 평균 이자율이 0.15%에 불과한데도 부동자금이 대거 몰려 5대 시중은행에 400조 원 이상 몰려들었다. 1년 전
보다 무려 36조 원 이상 늘어난 액수이며 같은 기간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19조 원으로 늘어난 것에 비교해도 훨씬 큰
폭으로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중의 돈이 갈 곳 없이 헤매고 있으니 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
충분한 노후준비에 300년 걸린다?
초저금리 장기화가 괴로운 것은 은행예금자뿐만이 아니다. 장기적인 생명보험이나 종신보험, 연금보험 가입자들도 괴롭
다. 보험사의 공시이율이 은행이자 못지않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예·적금 금리에 해당하는 보험사의 공시
이율은 금리연동형 상품의 적립금 이자율을 뜻한다. 지난해 초만 해도 3%가 넘었지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추세와 함께
내려가 2017년 들어서는 평균 2.5%가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연금보험이나 저축성보험 모두 비슷하고 보장성보험
이 조금 더 높긴 하지만 큰 차이는 없다.
보험사는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 가운데 사업비를 떼고 난 후 이 돈을 안전금융상품·채권·주식 및 대체투자(부동산 등)
로 운용하여 공시이율을 책정한다. 생명보험은 성격상 장기금융이고 가입자의 돈을 안전하게 장기적으로 운용하려다 보
니 모험적 투자보다는 안전자산 위주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데 국채나 우량 회사채 등 안전자산운용 수익률이 계속 하락
하다보니 공시이자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설령 보험사가 더 공격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고 싶어도 가입자 자산을 안전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보험사 특유의
규제 때문에 자산운용 방식이나 포트폴리오 선택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연금이 문제다. 은행예금이율이나 공시이율이 낮으면 아무리 열심히 연금저축이나 연금보험에 가입하더라도 55세
은퇴 이후의 30년 혹은 40년, 길게는 50년의 세월에 필요한 충분한 재무 준비를 할 수가 없다. 다들 어려운 형편에 생활
비를 쪼개서 소액의 연금을 넣는데 지금처럼 공시이율이 낮으면 목표로 하는 노후대비 액수에 도달하는 데 300년이 걸
린다는 웃지 못할 만평이 신문에 등장했다.
저금리 시대에 필요한 변액보험
초저금리 시대에 주목받는 금융상품이 바로 변액연금보험이다. 변액보험은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일부로 펀드를 조성
하고 그 펀드의 운용실적에 따라 계약자에게 투자수익을 배분함으로써 보험기간 중에 보험금액, 해지환급금이 변동하는
보험’으로 정의된다.1 가입자 입장에서 보험료는 일반 연금보험과 동일하게 들어가지만 보험료를 모아 펀드처럼 운용한
결과에 따라 나중에 받는 보험금의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변액보험이라고 하는 것이다.
변액보험상품을 선택할 때는 우선 자신의 보험 가입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목돈 마련을 위한 단순 저축’인
지 ‘사망이나 질병에 대비한 보장성 보험’인지 혹은 ‘노후대비를 위한 연금형’인지에 따라 보장내용과 보험금 지급방식
등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입 목적을 분명히 따져 보고 연금보험·종신보험·양로보험·유니버설보험 등 기존
의 여러 가지 생명보험에 변액 기능을 추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정해진 공시이율 2% 선에서 목돈이나 연금을 모으려
면 턱없이 부족하니 다소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기대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변액연금보험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변액보험의 가장 큰 특징은 우선 투자와 자산운용 결과에 따라 시장이자율 이상의 기대수익을 올리거나 혹은 원금손실
이 날 수 있는 변동성이다. 또 가입자의 위험성향이나 선택에 따라 위험도 및 기대수익률이 달라지고, 적극적인 자산 포
트폴리오 운용에 따른 관리비용 때문에 가입자가 내야 하는 보험료도 조금 더 높다.
변액연금은 원래 저금리 시대에 대한 보장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에 대항할 목적으로 탄생했다. 보험은 정해진 공시이율
에 따라 정해진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은 반면 인플레이션에 대항하는 힘이 없다. 오랫동안 열심히 보험료
를 냈는데 그 사이에 인플레이션이 공시이율보다 훨씬 크게 오르면 나중에 받는 보험금의 실질가치가 허망하게 낮아지
는 것이다. 1950년대의 유럽과 1970년대의 미국, 1980년대의 일본 등에서 주로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는 시대에 변액
보험이 등장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변액보험, 중도 해지 하면 큰 손해
변액보험의 구체적인 장단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변액보험이 투자되는 과정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 가계에서 변액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내면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모집수당과 보험회사의 자체 인건비와 경비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특히 설계사를 통한 보험가입의 경우 가입금의 상당액을 설계사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1년 이내에 조
기 해지하는 경우 환급률이 아주 낮다. 보험에 가입하는 그 순간 모집수당 등 사업비가 들어가 단기간에 마음이 바뀌어
환급하더라도 이미 들어간 비용만큼 원금을 손해 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가입자가 사망하는 경우 지급해야 하는 사망보험금 확충을 위해 보험료 일부가 안전한 형태로 분배된다. 변액
보험료의 가장 큰 부분은 별도계정에 투입되어 각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되는데 이 별도계정이 변액보험의
최종수익률을 결정한다. 별도계정에 들어간 돈은 구좌 수로 운영되는데, 변액보험의 특별계정 구좌는 마치 주식처럼 살
때의 시장가와 팔 때의 시장가 모두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일반 보험과 다르다. 따라서 보험을 중도 해지하려고 하는
데 마침 가입 시점보다 해지 시점의 주가가 하락하는 상황이라면 환급금은 해약 시점 시장가치에 따라 같이 하락하기 때
문에 일반 보험과 비교할 때 중도환급 시 이중의 손해를 볼 수 있다.
10년 이상 장기로 가입해야
위와 같은 이유로 변액보험은 일반적으로 7년 이내에 해지할 경우는 납입한 보험료에 대해 원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변액보험은 일단 가입하면 적어도 10년 이상 장기 유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험계약을 장기간
유지할 경우 위험(사망 등)보장과 함께 경제·금융 상황이 좋으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특히 저축성 변액보험의
경우에는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가 나빠져서 보험료를 낼 형편이 되
지 못해 중도 해지를 하지 않으려면 의욕만 가지고 무조건 변액보험에 가입할 것이 아니라 장기간 납입할 수 있는 보험
료가 얼마인지를 사전에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변액보험을 반드시 장기적립식으로 가져가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변액보험은 위험성과 변동성이 높은데 적립식
으로 10년 이상 오래 가입하면 그 시간 자체로 위험관리를 해주기 때문이다. 주식형 변액보험에 소액을 장기적으로 가입
하면 펀드구좌 매입에 있어 자연스럽게 평균매입 단가가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분할매입이기 때문에 주가가 오랫
동안 하락하더라도 매입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평균 매입 단가가 낮아지면 당연히 수익성이 더 높아
진다.
그런데도,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2016년 3월을 기준으로 변액보험 유지율은 아주 낮은 편이다. 4년 후에 가입자의
절반 정도가 해지하고 원금이 보장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7~8년 이상 유지 비율은 약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가입자들이 사전에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보험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변액보험을 선택할 때 주의해야 할 점
변액보험은 앞서 설명한 대로 중도 해지를 하려면 상당한 원금손실을 각오해야 하므로 가입 전 선택을 할 때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특히 변액연금보험의 경우 수십 년 동안 가입해서 은퇴한 이후 최장 100살까지 수십 년간의 은
퇴 기간 동안 같은 생명보험사와 거래하기 때문에 보험가입 이전에 해당 보험사가 평생 파트너로 믿고 가도 될 만큼 재
무적으로 튼튼한 회사인지, 자산운용의 능력과 경험이 뛰어난 글로벌 수준의 회사인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변액보험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보험사별
로 크게 달랐다. 어느 보험사는 공시이율보다 높은 수익률을 착실하게 올리고 있지만 어떤 보험사는 수익률이 마이너스
를 기록한 곳도 있어 최고와 최저 사이에 연평균 3.4%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5년간 합산하면 단순히 산술적으로 비교하
더라도 17%나 연금액수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변액보험은 납입한 보험료에 대해 반드시 원금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주식이나 펀드 투자와 비슷하므로 목표수익률
역시 사전에 알 수가 없다. 펀드운용이 잘못되면 원금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고 다른 보험과 달리 예금자보호법상 5천만
원까지 원리금을 보장받지도 못한다. 따라서 원금 보장을 원한다면 변액보험보다는 일반 저축성보험이나 예·적금에 가
입해야 한다.
최소한 내가 낸 돈만큼은 돌려받았으면 좋겠다 싶을 때는 가입을 할 때 최저보장조건을 선택하면 되지만 안정형인 만큼
기대수익률도 하락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포트폴리오의 선택과 변경
변액보험에 가입할 때 가입자들은 자신의 위험성향에 따라 몇 가지 투자 포트폴리오를 선택할 수 있다. 우선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선택하면 되고, 보수적 투자 성향인 경우는 국채
나 우량회사채, 우량 기업대출 등에 투자하는 회사채형을 선택하면 된다,
단일 펀드 혹은 특정 유형 펀드에 집중해 장기간 가져갈 경우 안정형은 수익률이 너무 낮고, 위험형은 위험성이 너무 높
다는 단점이 있다. 이 경우에는 주식과 채권투자를 골고루 배합하여 투자하는 혼합형을 선택하거나 혹은 주식형과 채권
형 포트폴리오에 대해 각각 절반 정도씩 분산해서 보험료를 내면 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형과 채권형의 수익률이 각각 달라지기 때문에 펀드 투입비중을 중도에 변경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앞으로 주가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면 채권형 펀드를 공격적인 주식형 펀드로 바꿀 수 있고 반면 앞으로 주가의
변동성 위험이 높고 금융시장이 불투명하면 안전자산 위주의 채권형 펀드로 갈아탈 수도 있다. 가입 초기에는 공격적인
주식형으로 해서 일정 수익이 확보되면 안전하게 채권형으로 전환하는 전략도 생각해볼 수 있다. 연간 4회까지는 펀드변
경에 따른 수수료가 면제되며 회사 홈페이지나 전화, 방문 등을 통해 변경하면 된다.
변액보험 가입자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회사의 홈페이지에서 상세한 계약정보를 확인 및 관리할 수 있다. 납입보험료·특
별계정 투입보험료·납입보험료 대비 수익률·편입 펀드정보 등을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펀드 투입비
율 변경 및 계약자적립금 이전 등 펀드변경 관리도 가능하다.
부지런한 새가 먹이를 확보한다
변액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또한 부지런해야 한다. 일반 보험은 예금자보호법 대상이기 때문에 가입해 놓고 오랜 시간 동
안 까마득하게 잊고 지내도 괜찮지만 변액보험은 투자 위험에 대해 보장해 주지 않으며 결국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국·
내외 경제 상황과 자본시장 상황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여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계속 가야 할지 혹은 바꿔야 할지 판단을
내려야 한다. 보험회사는 계약자 본인이 선택한 펀드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 운용할 뿐 최종 결과인 누
적 수익률은 결국 계약자 본인이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액보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펀드에 가입한 것
처럼 보험가입 후에도 경제 상황에 따른 펀드변경 등 지속적인 정보수집과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보험사가 분기별로 보
내주는 ‘보험계약 관리내용’을 귀찮다고 대충 보지 말고 기간별 수익률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전체적인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내 수익률도 하락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시장이 좋은데 유난히 내 수익률만 나쁜 경우 혹은 다른 경쟁보
험사의 수익률보다 장기적으로 좋지 않을 때는 뭔가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안정형으로 전환하는 결단을 내
려야 한다.
반면 내가 가입한 변액보험의 수익률이 장기적으로 뛰어나면 이미 가입한 보험에 기본보험료의 2배 이내에서 보험료를
추가로 낼 수 있는 ‘보험료 추가납입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가계자금에 여유가 생겨 보험을 신규로 가입하면 사업비를 따로 떼지만 추가납입제도를 활용할 경우, 모집수수료 등이
별도로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료의 약 2% 안팎에서 계약관리 비용만 떼기 때문에 추가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보다 가입자에게 더 유리하다. ‘부지런한 새가 더 많은 먹이를 확보한다’는 평범한 교훈이 딱 들어맞는 보험이 바로 변액
보험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홍 은 주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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