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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남자의 시선/지식인의 서재

100세시대 행복리포트 슬픈 U커브

슬픈 U커브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어디일까?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이다. 네 차례 보고

된 것 중에서 세 번이나 덴마크가 1위에 올랐다. 우리나라의 삶의 만족도는 OECD국가 중 뒤에

서 여덟 번째로 크게 낮았고, 심지어 비회원국인 러시아, 아르헨티나보다 낮았다. 사실 행복에 가

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소득이나 복지수준이 아니다.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사람, 즉 사회적

지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불안이 큰 사회이다. “믿고 의지할 친척 혹은 친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모든 연령에서 긍정적인 대답이 매우 낮게 나왔다. 특히 40~50대 중년의 경우 OECD국

가 중에 가장 낮거나(50대) 뒤에서 3번째(40대)였다. 실제 행복 1위국가 덴마크 사람들은 일과

개인의 삶을 균형 있게 잘 분배하여,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 덴

마크 사람의 78%가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저녁이 있는 삶’이 쉽지 않다. 오히려 사회와 가정의 중심축인 40~50대

의 삶이 가장 고달프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슬픈 U커브’라고 부르고자 한다. 젊은 20대에 높던

삶의 만족도가 30대에 떨어지기 시작하여 40~50대는 급격히 추락하다가 60~70대에는 다시

상승하여 U자형 곡선을 그리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U커브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슬픈 사연

이다. 실제 우리나라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삶에 대해 만족, 다소 만족 혹은 매우 만족하다고 응

답한 경우, 20대는 83%인 반면, 나이가 들수록 만족도는 하락하여 40대, 50대까지 추락하다가

60대 초반에 다시 만족도가 높아져서 60대 후반 이상이 되면 78%로 높아진다. 결국 우리 사회

의 중심축인 40~50대의 삶의 만족도가 가장 낮은 것이다.

그렇다면 중년들의 행복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2년전 어느 경제연구원에서 조사한 바

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영업하는 40대 이혼남’이라는 통계추정치가 나왔

다. 내수불황에 허덕이니 당연히 직장인보다 자영업자가 힘들고, 연령별로는 자녀교육비 등 생활

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40대의 허리가 휘고, 가정이 파탄 난 이혼남이 가장 불행한 것은 어떻

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사실 통계에 따르면 40대들의 경제적 행복장애물로 ‘자녀교육’을 가

장 많이 꼽은(42%) 반면, 50~60대는 ‘노후준비부족’을 꼽아서 차이를 보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40~50대 중년들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에서 최악으로 10만 명당 28.7명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남성의 자살률은 43.3명으로 세계 최고(?)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25년전보다

자살률이 3.6배나 증가했는데, 특히 25년전에는 20~30대 젊은 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살률 전체에서 40~50대 중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남성 42%, 여성

3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삶의 개척에 대한 열정도 역시 ‘슬픈 U커브’이다. 지

난해 말 한 언론에서 “열심히 일해도 계층이동은 불가능하다”라고 답한 성인남녀는 전체의 44%

였다. 거의 절반가까이 계층이동이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질문에 대해 긍정

적으로 답한, 즉 ‘계층이동이 가능하다’ 라고 한 30대는 36%인 반면, 나이가 들수록 점점 낮아

져 40대에 24%로 낮아졌다가 50대부터 다시 높아져 60대는 40%수준으로 높아졌다. 즉 사회

초년생인 젊은 20대보다 사회경험이 많은 40대들이 현실을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으며, 심지어

나이든 50~60대보다도 더욱 계층이동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대한민국 중년

들은 계층이동에 대한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삶의 여유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여가활동에서 해외여행빈도 역시 40대가 가장 낮았다.

여행이 대표적인 여가활용 방법이라는 점에서, 특히 해외여행은 시간과 경제력 모두가 있어야 가

능하다는 점에서 40대의 ‘슬픈 U커브’는 여기서도 관찰된다. 즉, 최근 1년간 해외여행을 다녀온

중산층의 비율이 30대가 36%인 반면, 40대는 20%로 뚝 떨어졌으며, 50대는 다시 26%로 올라

갔다. 가구별로도 1~2인가구의 해외여행 빈도는 31%였지만, 3~4인가구의 경우 26%수준으로

낮았고, 5인이상 가구는 다시 31%수준으로 올라갔다. 40대의 경우 대부분이 가족을 구성하여 자

녀를 한 명 혹은 두 명을 둔 가정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사실상 3~4인가구주는 40대일 가능성

이 높다. 결국 가구원수에서도 ‘슬픈 U커브’가 나타나는데, 결국 이것 역시 40대 중년의 슬픈 현

실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주는 같은 스토리일 뿐이다.

그럼 가정 내에서 40대들의 소통은 어떨까? 특히 배우자와의 소통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중요해

진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배우자와 일평균 1시간 이상 대화하는 비율에서도 ‘슬픈 U커브’가 나타

나고 있다. 20대 부부의 대화비율이 64%인 반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하락하여 30대에 37%로

떨어지고, 급기야 40대에는 배우자와의 대화비율이 26%까지 하락한다. 이후 50대에서 다시 대

화비율이 올라가기 시작하여 60대(40%), 70대에는 48%까지 재차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갓 결혼한 세대의 알콩달콩한 부부간의 대화나 60~70대의 서로에게 의지하는 정겨운 대화

와 달리 중년, 특히 40대 부부의 대화시간은 매우 적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만큼 ‘먹고 살기 바

쁜’ 현실의 고단함에 중년의 대화 없는 가정생활이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이다.

‘슬픈 U커브’는 삶의 만족도가 낮은 ‘저녁이 없는 삶’을 넘어서, 열심히 일해도 계층이동이 쉽지

않은 ‘희망이 없는 삶’, 게다가 여행조차 갈수 없는 ‘여가가 없는 삶’, 여기에 가정 내 배우자와

소통이 없는 ‘대화가 없는 삶’까지 중년인 40~50대들의 ‘4무(無)의 삶’을 상징적으로, 시각적으

로 보여주고 있다. 사회에선 성별간 불평등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중년

들 삶의 고단함을 개선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그들이 우리사회의 허리이고, 중심축이기 때문이

다. ‘슬픈 U커브’가 ‘행복 커브’로 바뀌기를 기원한다. NH투자증권 100세 시대 행복 리포트.


100세시대 연구소장 이윤학 박사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