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의 함정
동의이음어가 아니다! 유통기한과 식품 안전 기한
식품 코너에서 물건을 집어 들고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 사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결정적 단서, 유통기한
이 하루라도 더 긴 것을 찾기 위해 선반 구석까지 손을 뻗게 하는 숫자 여섯 자리. 유통기한의 위력은 대단
하다.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식품의 상태를 의심하기도 하니, 이쯤되면 유통기한이 식자재 안정
성을 가늠하는 잣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유통기한만으로 식품 상태를 판단함은 섣부른 일이다. 유통기한의 정의를 따지면, 그 이유가 분명
하다. ‘유통’ 기한, 즉 유통업자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법적 기한이기 때문이다. 사실 보관만 제대로 한다
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이라도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제조사가 정한 유통기한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정한 식품 안전 기한, 즉 식품을 섭취하기에 안전한 기간의 60~70%다. 가령 식품 안전 기한이
열흘이라면 유통기한은 6~7일인 셈이다. 따라서 유통기한에만 의존해 식품의 폐기 여부를 정하는 일은 낭
비일 수 있다.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연간 6,500억원 규모의 식품이 버려지는 현실, 안타까워할 것만이 아니라
의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첫걸음으로 유통기한 외의 식품 표기를 확인하기를 권한다. 제조 일
자와 소비기한, 품질유지기한 등이 그것으로 유통기한과 별도로 식품의 섭취 여부를 결정할 단서가 된다.
우선 ‘제조 일자’는 말 그대로 식품 제조 날짜로, 설탕과 소금, 우유 일부 제품에 표기된다. 또 ‘소비기한’은
식품을 개봉하지 않은 상태로 보관 가능한 기한을 말하며, 대형 유통 매장에 납품하는 제품 일부에 표기된
다. ‘품질유지기한’은 식품의 품질이 최상으로 유지되는 기간으로, 품질유지기한이 지난 식품은 최상의 상
태는 아니지만 섭취하는 데 문제는 없다. 품질유지기한을 적용하는 식품은 잼류와 당류, 멸균 음료, 간장,
레토르트 식품과 통조림 식품, 밀가루와 전분, 김치와 절임 식품 등이다.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앎
식품 안전 기한, 즉 적정 소비기한을 제대로 알면 유통기한의 압박에서 한층 자유로울 수 있다. 식약처와
식품업계에서 제안하는 적정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길게는 수십 일이나 차이 난다. 개봉하지 않은 상태
로 적절히 보관하면 우유는 50일, 식빵은 20일, 치즈는 70일, 달걀은 25일, 두부는 90일, 액상 커피는 30일,
요구르트는 20일, 냉동 만두는 1년간 변하거나 상하지 않는다. 식품을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따라 적정 소비
기한이 천차만별인 점도 주목하자. 보관만 제대로 하면 유통기한을 넘기고도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으니,
식자재의 색과 냄새를 잘 살펴 섭취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채소와 고기류는 유통기한이 특별히 명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적정 소비기한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메모지에 따로 정리해 냉장고에 붙여두거나 앱을
활용하면 좋다. 환경부가 제공하는 ‘우리집 냉장고’는 식품별 권장 유통기한을 제공하는 앱으로, 냉장고 속
음식물 리스트를 입력해두면 유통기한이 가까워짐을 알려줘 식자재를 알뜰하게 관리할 수 있다.
싱싱하게 맛있게, 채소
채소는 먹기 전에 씻는 게 원칙. 따라서 채소는 세척하지 않고 밀봉해 적절한 보관 장소에
두는 게 좋다. 뿌리채소는 통풍이 잘되는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잎채소는 자라는 모습대로
세워 냉장고 전용 칸에 보관한다.
양파는 봄양파와 가을양파의 보관법이 다르다. 수분이 많은 봄양파는 겉껍질을 벗긴 뒤 개
별로 랩을 씌워 냉장고에 보관하고, 가을양파는 손질하지 않고 망에 넣어 그늘진 실온에 보
관한다. 오이는 랩을 씌운 뒤 채소칸에 보관하는데, 오래 두고 먹으려면 소금에 절인 뒤 냉
동하면 된다. 냉장실에서는 일주일, 냉동실에서는 2주일가량이 유통기한이라 보면 된다.
당근은 흙이 묻은 걸 사는 게 보관하기 좋다. 신문지로 싸서 실온에 두면 한 달 이상 먹을 수
있으며, 손질한 당근은 냉장실에서 2주, 냉동실에서 3주 이상 두어도 변함이 없다. 버섯은
밑동을 자른 뒤 냉동실에 넣어두면 1개월, 냉장실에서는 5일 이상 두고 섭취할 수 있는데,
냉장 보관 시 밀봉하면 습기가 생겨 상하기 쉬우니 입구를 열어두어야 한다. 감자와 고구마
는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한 곳에서 보름가량 보관할 수 있는데, 사과와 함께 두면 싹 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물기 관리가 관건, 과일
과일은 껍질이 과육을 보호하기에 물기만 닿지 않게 주의하면 며칠씩 보관해도 괜찮다. 특
히 딸기와 산딸기 등 과피가 얇은 과일은 습기에 취약하므로 구입 후 그대로 냉장보관하고
먹을 때마다 씻는다. 유통기한이 긴 과일은 사과. 밀봉해 냉장실에 넣으면 3주 이상 두고 먹
을 수 있다. 단 사과를 저장하는 동안은 에틸렌 가스가 분출되는데, 이는 채소를 상하게 하
는 주범이므로 사과가 다른 채소와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배와 복숭아, 자두, 키위, 블
루베리는 냉장실에서 5일간, 포도와 딸기는 3일 정도 보관 가능하다.
빨리 섭취할 수 없다면 냉동실로, 육류
육류는 유통기한이 채소보다 까다롭다. 썬 것과 간 것, 양념한 것의 유통기한이 각기 다르
기 때문. 썰어둔 냉장 소고기는 3~5일, 냉동 소고기는 6개월가량이고, 간 것은 냉장실에서
이틀, 냉동실에서 2~3개월이 유통기한이다. 간장 등으로 양념한 소고기는 냉장 보관 시 3
일, 냉동 보관 시 1개월이다.
돼지고기는 썬 것이 냉장실에서 3일, 냉동실에서 6개월까지인데, 갈아두었다면 냉장실에
서 2일, 냉동실에서 4개월이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모두 공기와 수분이 닿지 않도록 표면
에 식용유를 발라 밀봉하면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닭고기는 표면을 흐르는 물에 씻어
핏기를 제거하고 냉동하면 육질이 신선하게 유지된다. 냉장고에서 이틀, 냉동실에서 두 달
간 두고 먹을 수 있다.
절임 요리에도 적정 섭취 기간이 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1년 이상 묵혀두고 먹는 절임 음식에도 적정 섭취 기간이 있다. 장
아찌는 담근 뒤 한 달이 지나면 비타민 C가 파괴되고 두 달이면 엽록소가 손실되므로, 영
양 섭취를 고려하면 가급적 빨리 섭취하는 게 좋다. 또 사시사철 담가 먹을 수 있는 양파·
마늘·고추장아찌는 1년 이내 섭취하는 게 좋고, 매실이나 가죽, 곰취 등 철이 정해진 장아
찌는 1년 이상 묵혀 먹어도 괜찮다. 단 오래 묵혀둘 것은 간을 세게 해야 변질되지 않는다.
요즘 시판되는 장아찌 대부분은 저염식이라 섭취 기간과 보관에 유의한다.
소비기한 지난 식품 활용법
유통기한을 지나 적정 소비기한까지 넘긴 식품, 버리기에는 아깝지만 먹을 수 없는 식품은
용도를 달리해 활용할 수 있다. 청소용으로 활용하는 게 일반적인 방법. 먼저 상한 우유는
암모니아 성분을 지니는데, 때를 잘 녹이는 성질이 있어 타일이나 마루를 말끔히 닦을 수
있다. 또 밀가루의 녹말 성분은 기름과 냄새, 불순물을 흡수·흡착해 과일 씻을 때, 플라스
틱 용기의 냄새를 제거할 때, 싱크대나 세면대의 묵은 때를 닦을 때 사용하면 좋다. 또 유
통기한이 지난 마요네즈는 얼룩 제거에 탁월하다. 유리창이나 스테인리스 주방용품의 얼
룩을 없앨 수 있고, 식탁 위 냄비 자국도 마요네즈를 묻힌 뒤 30분 정도 후 닦아내면 말끔
히 제거할 수 있다.
에디터 장새론여름 참고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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