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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남자의 시선/부동산 재테크

다운사이징이란?

다운사이징이란?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강하게(Citius, Altius, Fortius)’


헨리 디데옹(Henri Martin Dideon) 목사가 학교 운동선수들의 공로를 치하할 때 라틴어로 한 말로,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Pierre Coubertin)이 인용하면서 유명해진 말입니다. 이 말은 종종 ‘남보

다 더 빠르고, 남보다 더 높고, 남보다 더 강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출세지상주의의 복음으로 전용되

기도 합니다.





‘빠르고, 높고, 강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고 누구나 다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속에서 수많은 사

람들이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기도 한다. ‘빠르고 높고 강한’ 것을 추구하는 삶은 ‘굵고 짧은’ 인생에 적합한

모델, 즉 평균수명이 70세 이하로 짧았던 시대의 유산이 아닐까! 100세 시대에 지속가능한 모델은 ‘굵고 짧

은 인생’보다 ‘가늘고 긴’ 인생이 아닐까? 남보다 더 빨리 올라가 일찍 물러나기보다는 남보다 느리더라도

더 오래 일하길 선호하는 것은 술자리의 넋두리일까? 은퇴 후에는 다운사이징을 해야 한다는데 다운사이징

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런 화두와 씨름하는 와중에 두 권의 책이 눈에 쏙 들어왔다. <제3인류>와 <작은 것

이 아름답다>가 바로 그 책이다.





<제3인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6권에 달하는 장편소설이다. 제3인류는 원래의 인류보다 더 작

고 여성성과 연대의식이 더 강한 새 인류인 호모 메타모르포시스를 뜻한다. 소설에서는 주로 ‘에마슈’ 또는

‘에마’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키는 현생 인류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제2인류는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를, 제1인류는 키가 현생 인류보다 10배 큰 아틀란티스 대륙에서 살았던 호모 기간티스를 의미한다. <제3인

류>는 여성성과 작은 것을 예찬한 소설로 읽힌다.



꿀벌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도 살아남았어요. 우리는 어떻게 꿀벌들이 다른 생명체들이 전멸

당한 곳에서 버틸 수 있었는지 알아내려고 애썼어요. 그 결과로 우리가 무엇을 알아냈는지 알아요? 꿀

벌들의 전략은 치명적인 위험이 닥치자마자 로열 젤리를 먹음으로써 암컷의 특성을 더 강화하는 것이

었어요. 사람으로 치자면 여성성을 더 강화했다는 것이죠. 여성 호르몬은 유기체를 강인하게 만들어

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평균적으로 10년 이상 더 오래 사는 이유가 거기에 있어요. <제3인류> 1권; p265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작고 부드러우며,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이 원활한 편이다. 힘과 그에 따른 위계질서를

앞세우는 남성에 대비된다. 은퇴 이후 남성들의 사회적 관계망이 급속히 위축되는 것은 조직과 계급의 힘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여성들의 장점인 부드러움과 원활한 소통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사회

적 관계망을 강화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척척 해내며,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을 격퇴하는 에마슈의 활약상은 작은 것의 위

대함을 시사한다. 제3차 세계대전으로 지구상의 에마슈들이 전멸한 뒤 저번보다 더 큰 소행성이 지구로 돌

진하자 가이아(지구)와 연대할 것인지 인간들과 연대할 것인지 고민하는 장면을 통해 에마슈의 연대의식을

예찬한다. 이외에도 <제3인류>는 오늘날 되새겨볼 만한 내용을 군데군데 심어놓고 있다.



살드맹은 머지않아 2백세 공동체를 세울 것이고 사회보험 쪽에서는 결국 그를 혐오하게 될 것이다. 인

생에서 40년 동안만 일하고 2백세까지 연금을 받으면서 살고자 하면, 그 돈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경

제학자들에게는 새로운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뚜렷한 방책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예상하

는 대로 부유한 사람들만 오래 살 수 있다. 그쯤 되면 수명이란 다음 세대의 크나큰 사회적 불평등이다.

<제3인류> 5권; p281~282






‘40년 동안 일하고 200세까지 연금을 받으며 산다!’

생각만 해도 설레는가, 아니면 아찔한가? 베르베르는 ‘다음 세대의 크나큰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할 것이라

며 아찔한 쪽에 한 표를 던진다. 고령화 시대에 연금, 특히 세대간 소득이전을 내포하고 있는 공적연금은 현

세대와 미래세대가 함께 가져야 하는 공유지다. 짧게 일하고 길게 연금을 받는 것은 ‘공유지의 비극’을 떠오

르게 한다.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는 욕심이 그물이나 창보다 더 무서운 덫이로군요. 저 고릴라는 손을 펴고 과

일을 포기하기만 했어도 자유를 얻고 목숨을 건졌을 텐데.... <놓아버리기>의 필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

는 사례죠. 우리가 무언가를 우리 것이라고 믿고 간직하려 하는 것은 하나의 덫이에요.

<제3인류> 1권; p228



Life in Insurance 책으로 읽는 인생 다운사이징의 의미 92


 눈앞의 먹이에 현혹되어 죽을 위험에 처해있는 줄 모르는 고릴라와 우리는 과연 무엇이 다른가? 불끈 쥔 손만

놓으면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데, 그러지 않는 고릴라의 최후에서 욕망의 덧없음과 놓아버림이 곧 사는 길이

라는 지혜를 얻는다. 이와 관련해 에른스트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탐욕이나 시기심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능력, 즉 그것을 전체적으로 보는

능력을 상실하며, 그래서 그의 성공은 곧 실패가 된다. 사회 전체가 이런 악덕에 오염된다면 놀랄 만한

일은 해낼 수 있어도 일상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점점 더 해결할 수 없게 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p43



“욕망이 커지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요인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며, 그래서 생존을 위한 두려

움도 커지게 된다. 욕망을 줄이는 경우에만 분쟁과 전쟁의 궁극적인 원인인 긴장 상태를 진정으로 줄

일 수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p46



 슈마허는 욕망이 강한 사람의 삶은 타인에게 의존하는 자로서 성공의 외피를 덮어쓴 실패한 인생이라 말

한다. 베르베르가 강조한 여성성, 작은 것, 놓아버리기와 슈마허가 말한 욕망의 의존성은 오늘날 인구에 회

자되고 있는 다운사이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우리는 흔히 다운사이징을 은퇴 이후 줄어든 소득에 맞춰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만 받아들인다. 마땅히 줄일 곳이 보이지 않는데 줄이라니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간다.

마치 실패한 인생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다운사이징은 양적인 문제가 아니라 질적인 문제이다.

다운사이징은 내적 욕망을 줄임으로써

독립적인 인생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자,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철학이다.




월간생명보험 DECEMBER 2016  손성동 연금과 은퇴포럼 대표